예상하지 못한 루트로 진행하는게 정말 신선한 재미인것 같다. 대거폴 동맹으로 시작해서 바덴펠에 있다가 어찌어찌해서 다른 지역으로 갔는데 어쩌다보니 대거폴 동맹의 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워낙 소매치기 좋아해서 NPC들 물건 손대다가 현상금이 붙어버려서 퀘스트 시작 혹은 완료를 위해 마을에 들어갈때마다 경비병들에게 들키지 않을까 은신해서 조마조마 돌아다니는데 이 또한 너무 재밌다. 2017-12-30 친구랑 한 필드보스 잡으러갔다가(나와 친구는 레벨이 이삼십대밖에 안된다...) 필드보스는 커녕 쫄다구들한테 계속 순삭당해서 포기하려다 대륙채팅에다가 "같이 잡을사람?" 하고 치니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나(30레벨), 친구(20레벨), 엘프여궁수(20레벨), 마스터 메지션(자그마치 500레벨!) 네명뿐이라 한번 때려나보고 죽으면 포기하자 라는 생각으로 친구랑 둘이서 돌격을 했더니... 어디선가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튀어나오는 것이였다. 결국 다 같이 Mad Ogre 월드보스를 잡을 수 있었고, 알고보니 이 사람들 다들 돌 뒤에 숨어서 간보고 있다가 나랑 친구가 돌격하자 다들 튀어나온것이였다. 뭐 그 수많은 유저들 덕분에 이런 강력한 보스도 잡아보고 재밌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 이 보스를 잡은 후 이곳에 온 유저들과 즉석에서 그룹을 만들어서 결국 이 대륙(Wrothgar)에 존재하는 여섯 월드보스들을 다 잡고 새벽 4시 45분에 글을 남긴다. 엘더스크롤 온라인... 정말 몰입도 잘되고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 된것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대단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8-01-07 문득 하다가 느낀건데 메인퀘스트npc든 수많은 서브퀘스트 npc든 아니면 아무런 퀘스트도 스토리도 없는 엑스트라 npc든 간에 다들 각자만의 유니크 대사라인들이 있고 또 모두 목소리 더빙이 되어있는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다. 2018-01-22 지도 중앙에는 Cyrodiil이라는 지역이 있다. 다른 일반 Zone들과 크게 다를것 없이 던전들도 있고 NPC들의 퀘스트들도 있고 혼자 여행하기도 딱 좋지만 하나 큰 차이점은 실시간 전쟁 지역이라는 것이다. 일반 지역 던전에서는 우리진영 플레이어든 다른 진영 플레이어든 마주치면 같이 강력한 보스몬스터도 잡고 던전 탐험도 하고 매우 재미있고 신나지만, 이 지역에서 적 진영 플레이어를 만났다? 그건 저승사자를 만났다고 봐도 좋다. 내가 Savior of Morrowind라는 칭호, Hero of Clockwork City등의 삐까번쩍한 칭호를 얻고 의기양양하게 돌아다니다 이 Cyrodiil 지역에 왔을때 느낀건, '내가 우물안의 개구리였구나' 였다. 이곳에서는 CP 1000이 넘는 플레이어들도 심심찮게 보이며, 칭호도 'ㅇㅇ마을의 영웅', 'ㅁㅁ대륙의 구세주' 이런 칭호가 무색할 수준으로 '행성의 구세주', '전 황제', '황제' 이런 진정한 칭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한번은 우리진영이 소유하고있는 변두리 마을에서 퀘스트를 하고 있는데 적 진영 플레이어 한명이 와서 홀로 우리편 NPC들을 때려잡고 있길래, NPC들의 힘을 빌려서 싸우면 승산이 있겠다 라는 생각으로 보스 몬스터를 잡듯 열심히 때렸는데 이 플레이어는 NPC만 때리고 깃발 아래에서 가만히 서서 나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주고 있는 것이였다. 그 우람한 자태는 마치 '너와 나의 수준의 차이는 이정도이다' 라고 말하는것 같았으며 그대로 10초정도를 맞아주는 것이였다. 그런데도 체력이 닳다가 다시 풀피가 되고 이걸 끝없이 반복하기에 공격을 멈추고 그 플레이어를 향해 절을 하였다. 그 플레이어는 자비롭게 나를 보내주었으며, 그 이후로 나는 무조건 적 플레이어가 보이면 은신해서 숨어다니는 쫄보가 되었다.